고3 5월 중간고사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시험을 잘봐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너무 많은 압박감을 가졌고, 결국 시험도 망치고 그 후로 난독증이라는 트라우마에 갖혀서 살게 되었다. 나의 가장 큰 행복은 새로운 지식을 깨달아가는 과정 속에서 얻는 희열이었는데, 어떤 책을 읽든지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 책 속의 한 문장을 읽으면 의미를 이해하기 보다는, 마치 단어들이 머리 속에서 제각각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그 후로 나는 대학 시절에 전공 공부에 매진하지 못했고, 또한 직장을 다니면서도 계속 쫓기듯 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업무 메뉴얼을 읽어도 머리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기에 업무를 미리 챙기지 못했고, 마감 날짜가 닥쳐서야 허둥지둥 업무를 진행했으니 그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14년 동안 8번의 이직을 하게 되었고, 현재 9번째 회사에 재직 중이다.
그 동안의 나는 이런 내가 너무 싫었고, 스스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가득한 삶을 살았다. 행복이 없으니 기계처럼 회사를 다니고 집에 와서는 가족과 대화도 별로 안하고 내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이렇게 기쁨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다가 최근 문득 "내 능력보다 내게 주어진 것이 너무 많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2년 단위로 자주 이직을 하긴 했지만 아직 회사에 재직 중인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무엇보다 이혼하지 않고 곁에 있어준 아내와 딸에게 감사하다.
나는 학창시절 티는 내지 않았지만 성적으로 친구를 가리고 나보다 공부 못하는 친구들을 무시하는 성향이 있었다. 만일 내가 그대로 성장했다면 분명 나는 혼자 잘난 줄 아는 재수 없는 인간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난독증을 통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내 주변의 사람들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삶을 살게 하였으니 어찌보면 난독증은 하늘이 내게 주신 선물같다.
나는 나에게 과분하게 주어진 것들을 블로그를 통해 나누려 한다. 내 힘들었던 직장 생활 이야기가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서류전형이나 면접전형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오늘도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재직자 분들께도 내 글을 통해 그들이 힘든 상황에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