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은행 입사를 축하합니다 (1차 & 2차 면접 전형)
[은행 본점 근처]
* 출처: iStock
8월 초 핸드폰에 02로 시작하는 서울지역 번호의 연락이 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은행 인사팀 K 과장님이 면접이 예정되어 있던 회계팀의 입사 전형이 조금 늦어질 것 같은데, 전략기획부에서도 신입직원을 채용 중이니 다음 주에 여기에 먼저 면접에 응할 생각이 있는 지 묻는 전화였다.
나는 회계팀 면접을 보면 떨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면접에 응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는 대학교 4년 성적이 4.5 만점에 3.8을 받아 겉으로 보면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 대학교 학점은 과목에 대한 "이해 수준" x "집중한 시간"에 비례하여 받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난독증으로 내 전공인 회계학은 대학 졸업에 필요한 최소 학점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점수는 3점대 초중반이었다.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계팀 면접을 봤다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나는 은행에 들어가고 싶어서 증권사에 다니는 매형한테 연락하여, 면접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기에 친하게 지내는 대학교 선배도 별로 없었고, 취업지원팀이나 교수님께도 은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매형의 조언은 금융쪽으로 오고 싶다면 증권회사 보다는 은행이 낫다* 와 면접할 때 나중에 어디까지 승진하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부사장까지 하고 싶다고 하라**였다.
- * 지금은 개인의 성장 가능성에서 은행보다는 증권회사가 낫다고 생각한다. Global business나 IB, Trading 분야는 은행보다 증권회사가 앞서 있고, 개인 실력만 있다면 증권회사에서 훨씬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00년대 중반은 사정이 달랐겠지만 말이다.
- ** 부사장까지야 개인의 능력으로 올라 갈 수 있지만, 사장은 개인의 능력과 함께 정치의 영역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말에는 공감하며, 인턴부터도 일머리라 불리는 업무 센스와 주변 상황에 따라 유연한 결정을 할 줄 아는 정치 머리는 필요한 것 같다.
[증권회사 vs 은행]
* 출처: Chap GPT
매형과의 만남 후 나름 은행에 대한 준비를 준비 한 후, 면접 당일 남대문에 위치한 은행 본사에 떨리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인사팀 당당자가 원래는 영어 면접과 근무하게 될 부서의 한국어 면접이 있지만 내부 사정이 생겨 이번에는 한국어 면접만 있다고 알려주었다.
- 나중에 입사해 보니 초중고나 대학&대학원을 해외에서 나온 직원이 50% 이상이었던 것 같다. 만일 영어 면접을 봤다면 해외 출신은 커녕 토익점수도 형편 없었던 나는 분명 탈락했을 것이다.
근무하게 될 전략기획부 S상무님이 면접관으로 앉아 계셨고, 내가 작성한 자기 소개서를 중심으로 내 성격과 그동안 자라온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셨고, 나는 차분하지만 자신감있게 대답했다.
- 누나3명의 집안에서 자라 섬세하고 내성적인 편이라 중학교 1학년 때는 동급생 앞에서 체육복 갈아입는 것이 부끄러워 화장실 가서 갈아 입었습니다. 그 후 이런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입학 후 고등학교 동문 회장도 하고 군대 제대 후에는 가정 형편 상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3년치 대학교 등록금과 용돈을 제가 직접 벌고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 전략기획 업무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이 있었는데, MIS(Management Informaion System)* 가 무엇인지 아는지? 엑셀의 어떤 기능을 아는지**? 등이 지금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 재학 시 학교 근처에 고시원 총무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경영정보관리를 전공으로 하는 고시원생과 친하게 지냈었다. 당시 MIS에 대해서 우연치 않게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게나마 대답을 할 수 있었다.
- * 기업에 대한 모든 데이타는 System에 기록되고, 이런 데이터가 축적이 되면 정보가 되어 경영진의 경영 의사 결정이 되는 과정이 MIS다..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은행에서도 SAP 프로그램을 썼었고, 지금 재직 중인 UN 기구에서도 SAP를 쓰는 것을 보면 SAP가 서구기업이 선호하는 회계정보 시스템인 것 같다. SAP 관련 여러 회계 자격증이 있는 것 같은데, 재무관련 외국계 회사를 지원하고 싶은 분은 미리 SAP 자격증 따 놓는 것도 면접에 가산점이 될 것 같다.)
- ** 1학년 때 C+받았던 컴퓨터 활용과 실습(엑셀)을 군대 전역 후 재수강하였다. 재수강 후 B+로 크게 점수가 향상되지는 않았지만, 엑셀에 기억에 남아 있어 면접 시 나는 엑셀의 몇 가지 함수 기능에 대해 답변할 수 있었다.
30분 정도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진 후 상무님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는 지 질문하라고 했다. 이에 나는 면접을 준비하며 궁금했던, H은행이 전국에 부유한 지역에 11개 지점만 있는데 향후 국내 다른 은행들처럼 전국에 지점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소수 특정한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인지 질의하였다.
- 상무님은 지점 개설 관련은 금융감독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점 확대 여부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하셨던 것 같다.
[H은행 신규 지점 개소식]
* 출처: 구글
그 다음 날 다행히 1차 면접 합격 연락이 왔고, 다음 주 인사 팀의 면접을 하게 되었다. 인사팀에서는 K과장이 면접관으로 참석하였고, 나는 담당 부서 상무가 통과시킨 사람을 인사팀에서 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하에 조금은 편안하게 면접에 참석했다.
하지만 인사팀 K과장은 여러 가지 난처한 질문을 하며 나는 곤욕을 치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유행했던 압박면접을 했던 것 같다. (이 때 혼쭐난 경험으로 나는 다른 회사에서 관리자로 면접관으로 참석할 때는 지원자에게 긍정적인 면접 질문만 했다.)
* 숫자에 밝다고 했는데 어떻게 증명할 수 있으실까요? -> 제가 최근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새롭게 구입했는데, 기존에 100명 정도 연락처가 있었습니다. 그 중 50명 정도를 기억하여 새 핸드폰에 입력하였습니다. -> 연락처가 100명 정도면 인간관계가 좀 좁은 것 아닌가요? .....
그 후 졸업을 앞둔 몇 일 전 2차 면접 합격 면접을 받았고, 신체검사에서도 정상으로 판명되어 첫 출근일이 2005년 9월 12일로 결정되었다.
- 감사하게도 경기도에서 연계하는 호주 기업의 회계직 연계 프로그램에도 합격했지만, 은행이 좀 더 나아 보이고 호주에 가게 되면 여자친구와도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거절하였다.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는데, 내 경우는 운이 95%인 것 같다. 만일 회계부서 면접을 봤다면? 만일 영어 면접을 봤다면? 만일 경영정보학을 전공하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면? 만일 엑셀을 재수강하지 않았다면? 결국, 나는 호주행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나는 트라우마가 원인이긴 하지만 그동안 내가 제대로 노력을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더더욱 겸손할 수 밖에 없다.
(면접 전형) 면접관이 관심을 가질 질문이나 답변을 하자. | |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석하다 보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 지원자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질문이나 답변에 전문성이 느껴지거나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말하는 면접자를 만났을 때 특히 그렇다. 이런 생각은 지원자로 내가 은행 면접에 참여했을 때에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다른 경쟁자와 다른 점이 필요했다. 그 부분은 면접관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질문과 답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은행 홈페이지를 보며 고민한 결과(그 당시는 구글링을 할 수 없었다) 향후 지점 운영계획에 대한 질문을 했고, 이런 부분이 면접에 플러스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