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은행

H은행 입사를 축하합니다 (필기 전형)

꿈꾸는 다니엘 2025. 3. 15. 19:21

 

나는 2005년 9월 12일 H은행 전략기획부에 입행했었다. 첫 직장이라 그런지 매년 9월 12일이 되면 기분이 묘하고, 감회가 새롭다. 마치 길가다 우연히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본 기분이랄까? 

 

 * 면접 전형 합격 후 인사 담당자로부터 받은 신체 검사 안내 메일

 

나는 여름학기에 졸업(8월 26일)을 했는데, 대학교 4학년때도 취업에 대한 준비나 고민없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대책없는 세월을 보냈다. 심지어 졸업을 하는 달에도 2군데 기업에만 지원하고 미취업 상태로 매일 같이 친구들과 술을 마셔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정말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의문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대한민국은 아직 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기업에서 취업의뢰서가 학과 사무실로 종종 왔었다. 그것을 조교분들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나 개인적으로 친한 학생들에게 전했고 그들은 바로 최종면접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취업의뢰서를 받지 못했다.

- 요즘은 성장률 둔화로 기업의 채용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지금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정말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성장 시대의 혜택을 받은 기성 세대 중 한명으로써, 지금의 취업 준비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나는 대학 재학 시 외국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대학교 취업공고란에서 외국계은행의 회계팀 채용공고를 보게되었다. 왠지 나를 위한 회사라는 느낌이 왔고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 출처: News1 기사

 

그날이 원서 접수 마지막 날이었고 마감 시간이 불과 3시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부리나케 지원서를 작성했지만, 마지막 입사 후 5년의 커리어 계획에 대한 마지막 질문에는 어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회계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좀 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정도로 쓰려했는데, 글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이렇게 쓰면 HR 직원이나 채용 부서 임원이 내 지원서를 보면 성의 없다라고 생각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비록 짧은 글이지만 일본어로 작성한다면 그 단점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일본계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일본어를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일본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내 답변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그 친구 덕분에 마감시간에 맞춰 간신히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 요즘은 구글번역이나 챗 GPT를 이용하여 한국어를 세계 어느나라 언어로 번역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직접 영작을 해야 했다.

 

입사 지원이 7월 중순 쯤이었고, 그 다음날 다음 주에 필기 시험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지원자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구글링으로 해당 기업의 필기시험 유형이나 면접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때만 해도 기껏해야 회사 홈페이지에서 얻은 정보가 다였기에 나는 별도의 준비 없이 시험에 참석해야만 했다.

 

은행 본사 앞 건물에서 필기시험을 진행하였고,  20명 내외의 인원이 시험 응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가 전공한 회계학이나 경제학 혹은 금융 상식 등의 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 영문 독해( Verbal Reasoning), 2. 기초 수리( Numerical Reasoning), 3. 정확성 테스트를 제한된 시간 내에 푸는 객관식 문제로 구성되었다.

- 만일 내 예상대로 전공 시험이나 금융 상식의 문제였다면 아마도 나는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 구글에서 조회한 기초 수리( Numerical Reasoning) 문제 예시 

 

수능 수준의 긴 문장을 해석하거나 미적분 등 수학의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도 접근 할 수 있는 유형이었기에 다행이다 생각하고 차분히 문제를 풀어나갔고, 인사팀 직원이 틀리면 감점이 있다고 했기에 풀지 못한 문제는 공란으로 제출하였다.

 

당시 나는 수원에 거주하였기에 서울역에서 수원역으로 오는 지하철을 타며 문제에 대한 복기와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달래며 집으로 귀가하였다.

 

다른 한편, 경기도청에서 주관하여 경기도에 거주 중인 졸업 예정 대학생을 대상으로 호주 현지 기업의 회계팀에 취업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여기에 지원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 (*) 호주 현지회사에 1년 동안 회계팀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며 현지 생활비는 호주 회사에서 받아 생활하고, 왕복 비행기 표는 경기도청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

 

몇 일 후 다행히 필기시험 합격 문자를 받았고, 인생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와 그 기쁨을 함께 하였다.    

(필기 전형) 입사 지원서 작성 시 지원자가 아닌 채용자의 관점에서 서류를 작성 하자.
인사 담당자는 한 공고에 수백,수천명으로부터 입사 지원서를 받는다. 요즘은 스펙 상향 평준화로 사무직의 경우 900점 이상 토익 점수,  4.0 근방의 학점을 가진 비슷한 대학교 출신의 지원자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CFA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 하고 있지 않다면, 채용자 눈에 들어올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된 부분을 어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대학교 재학시 충분한 고민 후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자신을 찾는 방법은 전공과목이나 본인이 흥미로운 과목을 공부하다 직업으로써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철학과 같은 교양과목 수강을 통해 본인의 인생에 대한 성찰 후 얻을 수도 있다. 봉사활동이나 인턴경험 혹은 여행을 통해 깨달을 수 있음도 물론이다. 

그리고 직업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면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 아르바이트, 자격증 및 인턴 경험을 쌓은 후 채용 담당자에게 내가 이 직무에 금방 적응하고 부서 사람들과도 어울릴 준비된 사람이란 것을 서류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비록 나는 대학 재학 시 구체적인 직업은 정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철학 수업과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내가 전공과 관련된 외국계 회사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